금정산 피날레인 종주 도전이다. 잠을 푹 잤음에도 아침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 왠지 피곤하고 발걸음도 무겁다. 다방삼거리에서 버스를 내려 대정아파트를 지나면서 평소 다니던 우회로를 버리고 직직 코스를 선택한다. 길이 제법 경사가 급하다. 초반 산행에서부터 땀을 흘린다. 질메쉼터까지의 거리가 이렇게 멀었던가? 고개를 두 개나 넘어서야 막걸리 한 잔을 맛 본다.

이름없는 봉우리까지 오르는 구간이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들다. 동행의 스피드를 같이 하면서 조금 빨리 걸을 수 밖에 없다. 땀이 뚝뚝 흘러 내린다. 예전엔 714미터 표지판이 있었던 기억인데 이젠 표지판도 없다. 고도가 틀렸으리란 짐작을 해 본다. 이후의 코스는 산행의 참 맛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며칠 전 내린 비로 촉촉한 흙이며 완만한 경사가 이어진다.

고당봉 아래에 이르자 정오다. 정각 점심 먹을 시간이 된 것이다. 지친 탓인지, 간간히 먹은 간식탓인지 밥도 잘 넘어가지 않는다. 쉬어가면서 먹다보니 식사시간이 길어진다. 2주만에 고당봉에 발자국을 남긴다. 동문 쉼터에서 체력회복을 위해 남은 막걸리를 비운다. 얼음은 녹았지만 시원한 맛은 유지하고 있다. 기존의 산행에서는 여기까지가 최장거리였다. 역시나 체력의 한계를 바로 느낀다. 대륙봉 오르는 길이 이런 오르막이였던가? 동제봉이 왜 금정산 13봉 중의 하나인지 알겠다.

만덕고개까지의 내리막은 거리를 늘려주는 좋은 기회다. 마지막 난코스를 만난다. 쉬지않고 한번에 오르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남은 힘을 쏟아 붇는다. 성지곡의 삼나무 숲 내음을 맡으면서 금정산 종주의 긴 여정의 성공을 뿌듯하게 가슴에 새긴다. 구름이 있는 날이라 햇빛을 가려준 덕에 초가을의 시원함을 충분히 느끼는 산행이였다.

동행: 이윤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