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44년생으로 조숙한 편이라 1950년 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아버지 친구들이 사다주시는 도화지에 크레용으로 그림그리기가 유일한 취미였다. 그러다 인천창영국민학교 4학년2반 담임 선생님이 내가 그린 그림을 혹평하는 이후에 그림그리는 취미도 중단했다. 다른 친구가 인상파로 그린 그림을 나는 도저히 받아 들일 없었다.

대신 방송반 활동을 하며 점심시간에는 교내방송에 행진곡 테이프를 걸어놓는 학교생활을 이어갔다.

집에는 외가쪽 친척으로 인천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저씨가 1년에 하숙비로 쌀 한가마를 내고 하숙생 노릇을 하지만 착실하게 공부를 잘하여 전교 1등을 하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서울법대를 희망했지만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철도청에 근무하시다 소위 암으로 일찍 돌아가셨다.

그 때 집에서는 조선일보를 구독하고있었는데. 어머니가 바느질을 하시면 아저씨는 옆에서 신문연재소설 '연개소문' 이나 '무정' 등 소설을 읽어주셨다. 곁에서 듣는 내게는 그야말로 1일 연속tv드라마인 셈이였다. 그러면서 차츰 조선일보의 사회면, 정치면의 기사도 건성으로 읽었다. 조봉암, 신익희, 곽상훈....아버지는 요즘으로 말하면 좌파 정치인을 지지하신 모양이다.

그렇케 한국동란을 치루고, 중학교, 고등학교 입시와 재수 후 대학일 입학하는 동안 왜 공부하는지 해야하는지에 대한 뚜렸한 내 의지는 없었다.

김동길, 함석헌, 김형석, 교수님들의 강의는 그냥 교양과목 학점 관리용이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나는 일반병으로 군에 입대를 했다. 폐결핵, 평발, 색약 등.....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나에게 부산의 병기기지사령부는 좌천을 시켰다. 마침 챠트사가 휴가를 가서 대타가 필요해서이다.
내무생활은 청와대 사건으로 군복무가 야금야금 늘어나 고참들은 사무실 근무도 빠지고 식사도 거르면 나는 장교식당에 가서 부식을 사다가 식사를 대접했다. 나이로 보면 거의 손 아래지만 나는 내무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마침 내무반에 흑백 텔레비죤이 보금돼 최현대 교수와 패티킴의 쑈가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다가 총기분실사고로 여러날 잠을 안재우고 소원수리 끝에 범인이 잡혔다. 당시 법조계의 민 아무개 조카였다.

제일 재미없는 것은 주말에 고참들과 축구를 하는 것이다. 이길 수도 질 수도 없는 시합이다.

국 복무 34개월경 병기사령부가 군기사로 통합되는 통에 나는 부평의 60병기대 소속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제대하고 첫 직장은 rotc를 마친 대학동기가 이직하여 이력서를 쓰는 것으로 취업을 하여 5년을 근무했다. 호봉도 없고 입사할 때 월급 그대로 5년을 근무하고 결혼을 하며 대전의 직장으로 이직을 하였다.

40만원짜리 5층 연탄아파트를 월2만원에 대학동기의 집에서 1년을 살았다.

1년 후 쌍동이 남매를 얻고 삶에 쫓기며 살았다.
세탁기도, 냉장고도 없는 연탄아파트, 방에는 헝겁기저귀를 말리기 위해 연탄난로를 놓아야했다. 행복한 시기였다. 고추파동, 연탄파동으로 다라이에 연탄을 담아 5층 집까지 날라야했지만.

운동이라고는 쌍동이남매를 자전거 앞 뒤에 태우고 아파트 단지를 도는 것이 전부였다.

집에 전화도 없고,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아내와 장모님은 쌍동이 육아에 광대빼가 ......

그러는 사이 저축하여 15층 중앙난방아파트 미분양의 7층을 골랐다. 아침이면 일찍일어나 흔히 말하는 조깅도 하고, 미식축구 중계를 보기 위해 천안까지 가기도 하고

세월은 그렇게 흘렀다.

관사에 입주 자격이 주어져 집은 전세를 주고 관사에 부속된 테니스 장에서 기관장과 매일 아침 테니스를 했다.

세월은 그렇게 흐를 줄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