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2호선을 아침 5시 30분경에 타면 많은 노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있다.
조는듯 하다가도 내려야할 역에 이르면 그야말로 촌음을 아껴 각자 갈 곳을 향해 흩어진다. 거의다가 경로대상자로 지하철 수입에는 도움이 안되는 승객들이다.

수십년 전에 돌아가신 증조부는 '불편부당'을 늘 강조하셨다 한다. 아마 동학난을 피해 지금의 집으로 숨어사시며 평생을 그렇게 사시다 돌아가셨다. 그러나 6.25 때 장손과 조카들이 서로 밀리고 밀며 많이 돌아 가셨다.

다행히 아버지는 인천에서 청년단장을 지내서 피난을 안 가셨다 인천상륙 때 인민군의 포승에 신발을 바꿔신고 오겠다고 핑계를 대시고 난을 면하셨다.

나는 제일 어려운 것이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다.
아무 쓸모없는 기억 공간의 낭비라고 생각했다.

보수신문이라고 누가뭐래도 나는 아침에 일어나 조선일보 오피니언 기사를 읽는 것으로 세상돌아가는 것을 내 대신 도움을 받는다.

그런데 아내의 청력 이상이 심해지면서 아내와의 의사 소통에 점점 더 소통 이상을 느낀다. 단순한 소리의 소통 뿐만 아니라 단어의 뜻에 대한 소통 불안. 들렸는지. 들었는지, 알고있는 건지, 어느 정도의 크기로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지. 최근에 수화책을 샀다.

오피니언 기사의 말미에 요즘 시속을 말하며 '조침문'을 차용하였다고 밝혔다.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조침문 알지?' ?몰라. '조삼모사는 아침에 3개라고 했다가 저녁엔....

39년 한 지붕 아래서 살며 전혀 못 느꼈던 소통에 힘이 든다.

다른 기자는 통일이 되려면 사는 모든 것을 새로 가르쳐야한단다.

아침부터 지하철을 타고 통근하는 어르신들. 하루 3끼 먹고 자고 싸는 게 똑 같아 보여도 많이 다르게 산다는 이야기다.

같은 말, 같은 행동이 상대에게 다른 의미로 인식되어 마음 고생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밤 늦게 DVD를 아내와 보며 언어 선택에 서툴러 그냥 원어로 영화를 보았다. 하나도 못 알아듯는 자막이 없는 영화가 내 가슴에 전달이 된다.

소통이란 같은 언어의 이야기가 아니라 상대방의 관심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