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 아내의 갑질은 나의 정년퇴직 무렵부터였다.

뚜렷한 노후대책을 의논해 본 기억도 없이 백수가된 남편을 집에 들이는 아내도 심난했지만 3식이가된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내를 맞난 건 어머니 친구로 소개를 받았다. 선 같은 것은 없이 28살인 아내나 32살인 나이는 그 당시로는 노처녀 노총각이었다.

을지로 5가의 국립의료원 옆의 한 다방. 첫눈에 키가 165cm가 넘는 큰 키, 당시 패티 킴에 매료되어 있던 나는 1차 통과. 게다가 6남매의 장남이라는 쉽지않은 조건을 일찌기 편모 슬하에서 언니와 자라 대가족이 좋단다.

무조건 통과다.
나는 아내를 인천의 동인천 역 앞 맥주집 로젠켈러에 앉혀놓고 '사월이 가면' 노래로 프로포즈를 대시했고 우리는 2개월 뒤에 결혼을 했다.

그러나 나는 '향수'의 4철 발벗고 예쁠 것도 없는 그런 여자를 그리고 검은 귀밑머리 흩날리는 누이와 함께 지내는 모습을 꿈꿔 왔다.

부모님 집 방 한 칸에서 살다 직장 이직으로 대전으로 내려와 월세 2만원에 쌍동이 남매를 키우며 통행금지시간을 넘기고 들어 올 때 나는 분명히 갑이었다.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바꾸고 정년퇴직하기까지 나는 정녕 갑이었다.

그러나 통신판매와 인터넷 판매에 지름신의 유혹에 빠지는 것도 모자라 현장을 방문해 직접 물건을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소비자의 권리로 나는 서울을 드니들었다.

물건이 쌓이면 나는 직장에 숨겨놓던가 가격을 대폭 낮춰 신고하는 것으로 위기를 넘겼다.

쌍동이 남매가 대학에 진학하자 내 지름질은 오히려 늘어났고 아내의 동반 대회 참가는 우리 내외를 전국구로 만들었다. 덕분에 '1박2일'이나 '생생정보통'은 주말이 멀다않고 반복되었다.

출가한 딸의 손녀 육아를 위해 매 주 대전에서 서울을 오가며 그 피로도는 상승하기 시작했다.

서울은 문화의 도시다. 서울에 체류하면서 나는 많은 문화행사에 참여혔다. 남사당놀이의 전수자로 지정도 받고, 전통 소반도 만들고, 요리학교, 서예, 수채화, 일본어, 영어, 살풀이춤, 널린 것이 문화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거기다가 주방 백색가구며 디지털카메라의 업그레이드 지름신은 마이너스은행통장으로 아내와 나는 갈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딸이 둘째 출산으로 우리 내외는 대전 집으로 돌아왔다. 처음엔 해방감도 있었으나, 손녀 육아로 미뤄둔 또는 속일 수 없는 나이 탓의 병원 출입이 늘어나 의료비의 지출도 늘어나고.

여기부터 우리 집의 갑은 아내에게로 넘어갔다. 단순히 넘어간 정도가 아니다. 아내는 로폼의 의뢰인이고 나는 국선변호인 신세가 되버렸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입는 것의 의사 결정권은 아내에게 넘어 갔다. 병원진료의 처방과 검사까지도 아내는 조용한 목소리로 나를 휘어 잡았다.

음악의 종류와 볼륨의 크기도, 산책도, 텔레비죤의 리모콘도 모두가 아내는 갑이다.

그러나 화장실 출입이 잦아들어 뒷처리가 늘어나는 데 오히려 그 부분에서는 갑질을 하지않았다. 비위가 약해 자식들 어려서 남긴 처리가 내 몪이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의 아내는 갑질하기에 충분하다.

오늘도 공복의 CT촬영으로 걸른 산책을 대신해 집안에 울리는 my way의 선곡과 볼륨 높이도 아내 차지이지만 매사애 감사할 뿐이다. 의당한 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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