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한낮의 뜨거운 햇살 아래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하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입추가 지난 날씨지만 폭염을 핑계로 아직까지 야외활동 대신 실내에서 오래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한 번 들인 생활습관은 좀처럼 바꾸기 어렵다. 특히 몸에 나쁜 습관은 떨치기 힘든 유혹과도 같다.

유명인이나 지인의 사망으로 충격을 받아서 생활습관을 바꾸겠다고 결심해도 작심삼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병은 좋지 못한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 성인병으로 통칭되는 고혈압, 당뇨, 비만, 고지혈증, 심근경색증 등은 생활습관병으로도 불린다. 나쁜 습관은 생각만큼 실제 잘 개선되지 않는다는 해외 연구결과들도 있다.

2007년 미국 심장학저널에 심장병을 가진 비만 남녀 1200명을 조사한 결과 심장병 진단을 받고도 평균적으로 체중을 0.2%밖에 못 줄였다거나 2008년 임상종양학저널에 9000명이 넘는 암환자 중 담배를 끊거나 채소와 과일 섭취량을 늘리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등 생활습관을 크게 바꾼 환자는 극소수였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렇게 몸을 움직이는 일이라면 만사가 귀찮다며 운동을 싫어하고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감자칩을 먹거나 맥주를 들이키며 빈둥거리는 사람들의 기질은 게으른 성향 탓이 아니라 부모로부터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측면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미주리대학교 생체의과학과 프랭크 부스 교수팀은 시간적 여유가 있고 운동의 장점을 알면서도 차마 못 하는 것은 단지 게으르기 때문만이 아니라 달리기를 좋아하는 쥐들은 빈둥거리는 쥐들보다 뇌에서 보상시스템의 허브 역할을 맡고 있는 중격의지핵의 뉴련들이 확연히 더 잘 발달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운동을 좋아하는 그룹은 선천적으로 보상과 관련된 부분이 잘 활성화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빈둥거리기를 좋아하는 쥐들은 달리기를 해도 보상 시스템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에 달리기는 그냥 에너지 낭비에 불과한 불필요한 행동이 될 뿐이라는 말이다. 정해진 운동 시간이나 음료수를 먹기 위한 휴식시간도 지키지 않는 등 운동하지 않는 소위 '체육관 쥐(gym rat)'처럼 쓸데없는 곳에 시간만 많이 보내게 된다.

또 활동량이 적은 쥐들을 억지로 쳇바퀴에서 움직이도록 하고 6일이 지난 뒤 뇌를 관찰해본 결과, 앉아있기만 했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중격의지핵의 뉴런이 눈에 띄게 발달한 변화가 확인되었다. 단 원래 운동을 좋아한 쥐들이 6일간 34㎞를 달렸다면, 억지로 운동하도록 유도한 쥐들은 3.5㎞ 정도만 움직였다.

폭음, 폭식은 물론 운동과 담을 쌓고 침대나 소파에 널브러진 채 TV만 보는 것도 순간 스트레스는 풀릴지언정 비생산적일 뿐 아니라 심지어 행복감이나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지도 않는 몸에 나쁜 습관이다. 사람의 중격의지핵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쥐 실험에서 발견된 내용과 비슷한 논리가 적용될 것이라 추정된다.

기질적으로 운동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매번 운동을 하려고 해도 선천적으로 움직이길 좋아하는 사람처럼 활동적으로 움직이긴 어려울 수 있지만, 일단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이면 보상시스템이 조금이라도 발달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

비활동성 생활은 하체 부위 골격근 사용량이 줄어들면서 체중이 증가하기 쉬운 체질이 되고 부상과 질병에도 보다 취약해지는 등 노화 시기를 앞당긴다는 것이다. 운동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 업무 중 자주 일어나 걷고 일주일에 2~3번이라도 산책하는 습관을 갖는 것만으로도 몸의 노화를 지연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