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시는 바와 같이 성공적인 장거리 달리기의 열쇠는 심장이 운동근육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혈액을 공급해줄 수 있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이것을 담당하는 조직이 심장과 동맥이지요. 심장에서 1분간 박출되는 혈액량의 일부가 운동근육의 유산소적 에너지 생산능력을 좌우하게 됩니다.

우수한 장거리 주자일수록 심장의 기능이나 부피가 크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며, 특히 산소를 많이 함유한 혈액을 동맥으로 박출시키는 좌심실의 비대가 특징인데, 이는 심장이 한번 수축할 때마다 더 많은 양의 혈액을 내보기위한 적응의 결과일 것입니다. 49세 때 마라톤 기록이 2시간 29분이었던 Hal Higdon의 심장은 좌우직경이 15.5cm로 나이, 키, 체중이 비슷한 일반인보다 약 50%나 더 컸다고 합니다.

일반 성인의 안정시 분당 심박수는 70~75회 정도지만, 달리기같은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게 되면 안정시 심박수가 점차 감소하게 됩니다. 규칙적인 달리기를 하는 사람의 평균 분당 심박수는 60회로 일반 성인보다 최소한 10회 정도 적습니다. Hal Higdon의 안전시 심박수는 분당 32회에 불과했다고 하는데, 그 만큼 심장이 한번 수축할 때 박출되는 혈액량이 일반인의 약 2.5배에 달할 만큼 많다는 것이지요.

20명의 우수한 장거리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보면 약 20%가 협심증(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부분적으로 막혔거나 좁아진 상태)의 심전도 모양을 나타냈지만, 심장혈관질환이 있거나 정밀검사에서 심장질환과 관련된 증후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런 심전도상의 이상은 20~30대의 젊은 층세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40세 이상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현재 장거리 운동을 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이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에서 나타나는 이런 비정상적인 심전도 파형에 대해 어떤 임상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1,000회 이상 마라톤 경기에 참가했고,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7번이나 우승한 DeMar선수의 사체부검에서 심장 무게는 340g으로 일반인의 300g보다 무거웠고, 좌심실벽의 두께는 18mm(일반인: 10~12mm), 우심실 벽은 8mm(일반인: 3~4mm), 관상동맥은 일반인보다 2~3배가량 컸다고 합니다. 이런 큰 관상동맥이 있기 때문에 힘든 훈련 중에도 심장근육으로 충분한 혈액을 공급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마라톤을 위한 장거리 훈련이 심장을 강화시키고, 심장혈관계의 효율성을 강화시킨다는 증거는 많지만, 그런 훈련이 관상동맥의 퇴행성 질병인 동맥경화를 완화시키거나 예방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40대 장거리 주자들의 심장마비와 갑작스런 사망사례가 해마다 발생하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장거리 달리기가 심장에 주는 부담은 엄청나지만, 심장병이나 비정상적인 심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장거리 달리기가 사망의 위험과 직결되지는 않습니다. 우리 몸은 훈련에 의하여 자연적인 보호작용을 통해 심장의 과로를 예방해주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장거리 주자의 심장의 특성을 일반인들과 동일한 관점에서 해석하는데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비정상적인 것처럼 보이는 심전도 이상이 훈련된 장거리 선수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35세 이상의 연령에서 처음 장거리 달리기를 하기 전에는 반드시 심전도등의 일반적인 검사를 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운동강도를 정하여 시작하는 것이 좋겠지요.

항상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생활되시길 빕니다.
달리는 의사들 이동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