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쾌적한 느낌을 가질 때가 녹음이 우거진 숲 길을 땀을 흘리며 달릴 때이다. 숲은 피톤치드를 비롯한 강력한 면역 증강 물질들을 내뿜는다. 숲에서 우리 몸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가 활성화된다. 초록빛은 뇌를 정화시키고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트래킹의 효과도 월등하다. 자연 자체가 거대한 멘토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만큼 가까운 거리에 이토록 다양한 산과 강, 들과 바다를 접할 수 있는 대도시도 많지 않다. 한 마디로 축복받은 땅에서 그런 축복을 경험하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다. 이제부터라도 녹색 자연으로 나가자. 달리지 않아도 좋다. 그냥 숲에서 흙길을 걷거나 심호흡을 하거나 나무를 끌어안거나 숲의 다양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새소리, 매미 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들을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몸에서 새로운 기운이 솟구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하버드대 조지 베일런트 교수의 '행복의 조건'은 수 백 명을 70년 이상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쓴 책으로, 삶의 황혼기에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첫째 조건은 고통에 대응하는 성숙한 방어 기제였고, 교육, 안정된 결혼생활, 금연, 금주, 운동, 알맞은 체중 등을 행복의 조건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어릴적 성격이나 사회적응력, 지적인 뛰어남이나 50세 때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노년의 건강한 삶과 별 관계가 없었지만, 47세 즈음의 인간관계는 고통에 대한 방어기제를 제외한 어떤 변수보다 행복한 삶에 영향을 끼쳤으며, 특히 형제자매 간의 우애는 행복한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강조한다.

흥미로운 것은 젊었을 때의 규칙적 운동이 노년의 신체적 건강보다 정신적 건강에 훨씬 더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점인데, 중장년에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사람 가운데 70% 이상이 63세 이전에 사망하거나 만성병을 앓았다고 밝혔다. 나이에 관계 없이 달리기 같은 규칙적인 운동이 인간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를 테면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첫 20여분이 지나면서 '러너스 하이'라는 극치감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이론이 사실이다. 달리는 사람들의 생활은 무릎이 망가져라 몸을 혹사시켜 퇴행성 관절염의 고통을 평생 안고 살아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의심의 여지 없이 최상의 행복감을 경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쓸쓸한 기분으로 운동을 시작할 때도 있지만, 30분이나 1시간이 지나 샤워를 마칠 때쯤이면 즐거운 기분과 만족스러운 자신감으로 가득 찬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경험이 매사를 낙관적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주변 상황이 나쁠 때조차도 최악이 상황과 비교하게 하여 인내심을 길러주고 고통에 대처하는 힘도 키워준다.

달리는 사람들은 명상을 하는 사람들처럼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더 행복하고, 낙관적인 경향이 강해지고, 자주 웃으며 평소 즐겁고 밝은 것을 가까이 하며,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일이라도 다른 사람을 위해 선행을 실천하고, 주위 사람들을 늘 감사한 마음으로 대하며 격렬하기보다 은은한 행복을 즐기게 된다.

건강한 육체를 가졌다 할지라도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다면 건강한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신이 건강해지면 신체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기 때문에 몸까지 다시 건강해지는 선순환 구조가 생긴다. 행복도가 높을수록 침착함을 잘 유지할 수 있으며 신체적으로도 활동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

운동을 열심히 하기만 하면 누구나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거나 "하는 일이 술술 잘 넘어간다."는 몰입이라는 기회를 통해 나의 한계를 넘어 조금 더 높이, 더 빨리, 더 강하게 될 수 있다. 일단 몰입이 일어나면 갑자기 지치거나 피곤한 기색은 없어지고, 집중, 무적, 몰두, 또는 혼연일체 같은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