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대회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속도로 완주하는 주자들은 거의 없다. 특히 지형이 언덕이 있을 경우 더더욱 그렇다. 대회에 참가한 주자의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1972년 스웨덴에서 30km 크로스컨트리 경기 중에 선수의 산소소비량을 측정한 연구가 있는데, 그 결과에 의하면 내리막길에서는 최대산소섭취량의 76% 수준에서, 오르막에서는 90% 수준으로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의 운동 심박수는 각각 174회와 180회 였으며, 최대 심박수는 189회였다.

주자들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주로를 달릴 때 내리막길에서는 힘을 덜 들이고 달릴 수 있는 잇점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평지를 달릴 때보다 에너지 소비가 더 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1970년의 한 연구에서 6% 경사도의 오르막길을 분당 200m의 속도로 달릴 때 평지를 동일한 속도로 달릴 때보다 35%나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같은 경사도으 내리막길을 달렸을 때는 평지보다 불과 24% 적은 양의 에너지를 소비했다.

이론적으로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사이의 손해와 이익이 동일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기복이 있는 길은 경사도와 관계 없이 전체적으로 볼 때 평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그러나 기복이 심한 길을 달릴 때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선수도 있다. 개인에 따라 오르막길에서 50~60ml.분, 내리막길에서 27~35ml.분의 산소를 필요로 할 수도 있다. 평탄한 길에서 기록이 좋다고 해서 기복이 심한 길에서도 기록이 좋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달리는 길의 경사도에 따라 각기 다른 근육에 주어어지는 부담이 달라진다. 최대산소섭취량으 70% 수준에서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을 달릴 때는 평지를 달릴 때보다 대퇴근육, 특히 외측광근에 훨씬 큰 부담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마라톤 대회에서 직면하게 될 여러 종류의 도로조건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평소 주 1회 정도 언덕길 달리기를 훈련 계획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 언덕 훈련은 약 100m 정도의 10-15%의 경사도가 있는 언덕길 달리기를 반복하는 것이 좋다.

오르막 달리기는 심폐기능의 개선 뿐만 아니라 종아리 근육과 대퇴부 앞쪽 근육이 강화되며, 평지에서 피로감 없이 달리는 속도를 증가시켜 준다. 고개를 조금 숙여 착지하는 발 앞을 보는 듯한 자세가 좋고, 평지보다 보폭은 짧게, 보속은 빠르게 달리며, 팔을 더 많이 힘차게 흔든다.

내리막길에서는 가능한한 보폭을 줄인다고 생각하고 달리며, 대회시 짧은 내리막길은 상체를 조금 앞으로 숙이면 날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즐길 수도 있으나, 긴 거리에서는 부상을 염두에 두어 참아야 한다. 특히 평소 훈련 때는 오르막 달리기의 피로 회복을 위해 빠른 걷기로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