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우리가 하루 동안 사용함으로써 소모되고 손상된 신체 및 에너지의 회복을 위한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일 뿐만 아니라 특히 중추신경계가 정상 기능으로 회복되어 신경계의 성장 발달과 두뇌 발달이 이루어지고 각종 질병을 방어하는 면역력을 키워주는 시간이다.

가장 이상적인 수면시간인 7시간 전후로 잠을 잔 사람들이 사회성은 물론 정신건강, 신체건강, 수명 등 삶의 질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잠이 부족하거나 지나치게 많으면 수행능력, 추리시간, 판단력, 주의력,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뇌 기능이 떨어지고 신체건강에도 영향을 주게 되어 수명이 짧아질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 몸의 눈 뒷부분 시신경 바로 위에 ‘시각교차상부핵’이라 불리는 곳에 생체시계가 있어서 밤과 낮의 길이를 측정하고 주위의 밝기와 낮의 활동량도 감안하여 수면과 관련된 호르몬의 분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수면과 관련된 호르몬들에는 멜라토닌, 아데노신, 성장호르몬과 성호르몬들이 있다.

멜라토닌은 콩알만한 송과선에서 만들어져 생체시계에 맞춰 잠이오게 한다. 멜라토닌은 해가 지면서 어두워지면 만들어지고 아침이면 분비가 멈추지만, 밤이라도 밝은 조명 아래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멜라토닌 제제가 나와 ‘만병통치약’으로 각광받기도 했으나 정상인이 이유없이 멜라토닌을 복용하면 수면주기에 이상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논란이 있기는 하나 수면시간이 불규칙하거나 여행후 시차장애를 겪을 때 멜라토닌 제제를 복용하면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천연 멜라토닌이 들어있는 토란이나 멜라토닌의 분비를 촉진하는 쌀, 밀, 토마토, 바나나, 생강 등을 먹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스피린이나 술, 담배는 멜라토닌의 분비를 방해한다.

하버드 의대 로버트 매커리 박사는 고양이의 ‘콜린 세포’에 아데노신을 주사했더니 졸기 시작했다고 발표하였으나, 사람의 경우 아데노신은 낮에 활발히 움직일수록 많이 분비돼 몸 안에 쌓여 있다가 밤에 잠을 촉진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성장호르몬은 깊이 잠들었을 때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며 성장과 관련이 있다. 성장호르몬은 취침 1∼2시간 후, 평균 밤 10시∼새벽 2시를 전후해서 가장 왕성하게 분비되기 때문에 출생 직후부터 만 2세까지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가장 많으므로 늦어도 12시 전에 자게 하는 것이 좋다.

성호르몬은 동물실험에서 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 및 테스토스테론이 증가되거나 감소되면 생체시계에 변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거세된 수컷 쥐는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졌다가 복원수술을 했더니 다시 짧아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여성들의 수면 습관과 건강 상태를 검사한 결과 관상동맥질환의 지표가 되는 인터루킨-6의 수치는 하루 8시간 자는 여성에서 7시간 미만으로 자는 여성보다 크게 낮았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 요인이 되는 염증반응성 단백질 수치도 5시간 미만으로 자는 여성에서 크게 높아졌는데, 몸의 염증은 심혈관계 질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남자들에서는 이런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하루 5시간 미만으로 자면 당뇨병과 뇌졸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었지만, 모든 사람은 6~8시간 정도를 자야 하며 여성은 특히 더 그렇다.

잠을 자지 못하면 식욕과 관련된 호르몬의 불균형을 초래하므로 식욕을 조절하려면 잠을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 연구진은 만성 불면증 환자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식사 조절과 관련되는 호르몬을 연구했는데, 밤에 잠을 못자는 사람은 낮에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은 증가하고 에너지를 소비하도록 하는 호르몬인 렙틴은 낮아졌다. 그렐린은 위에서 분비되어 식욕을 자극하고, 렙틴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어 지방이 많을수록 분비가 늘어나 뇌로 하여금 에너지를 소비하는 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며, 지방이 적으면 음식을 많이 먹도록 자극한다. 밤 시간대에는 렙틴 수치는 불면증 환자와 정상인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으나, 그렐린 수치는 불면증 환자에게서 30% 적었다. 잠을 못자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음식은 많이 먹으면서 에너지는 덜 쓰게 되는 상황이 되어 잠을 잘 자는 사람보다 살찔 가능성이 네 배까지 높아진다. 불면증 환자가 살찌기 쉬운 이유는 불면증 환자는 에너지 균형을 잘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잠과 심혈관질환의 상관관계에 대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충분한 수면만으로도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심장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나이, 성별, 체질량지수, 과거 심장병력 같은 다른 요소들을 고려해도 과도한 주간 수면증을 진단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근경색이나 심부전 같은 심장병 위험이 49% 높고, 전체적인 사망 위험도 33% 높아진다. 평균 6~8시간을 자는 사람은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별 차이가 없었지만, 5시간보다 적게 자는 사람은 7시간 자는 사람보다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3배, 9시간 이상 자는 사람은 위험이 2배 높아졌다. 수면이 부족하면 내분비 장애로 인해 신진대사 활동에 문제가 생겨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아지고, 포도당 내성과 인슐린 민감도가 떨어지고 혈압이 올라가는 등 모두 혈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현상들이다. 오래 자는 것은 호흡에 방해가 되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잠을 자면 뇌가 감정조절 회로를 회복해 다음 날 어려운 일을 대비하게 되지만, 잠이 부족한 사람은 감정을 조절하는 뇌 전두엽의 활동이 저하되면서 부정적인 일에 대해 감정조절이 되지 않고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어 이성을 잃고 행동하게 된다. 뇌의 전두엽은 마음을 통제하고 정신을 집중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전두엽이 미성숙하거나 손상을 받게 되면 외부로부터 오는 불필요한 자극에 쉽게 반응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며, 불필요한 행동을 하게 된다.

수면 장애를 해결해 준다는 값비싼 약이나 치료법들이 있지만, 적게 먹고 규칙적으로 달리기를 하는 등의 운동을 하는 간단한 방법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적절한 수면 습관의 유지는 체중 감량의 효과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 혈압, 인슐린 수치 교정에서도 나타난다. 코를 고는 사람이 낮 시간 동안 졸음을 자주 느끼고 체중이 많이 나간다면 식이요법과 운동을 통해 적절 체중을 회복하는 것이 수면 장애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