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란 해가 진 뒤 저녁시간에도 섭씨 25도 이상의 고온이 지속되는 현상으로 숲이 없고 인공구조물이 많은 도시지역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가 이어지면 잠을 못자는 것도 괴롭지만, 이튿날 졸리고 피곤하며 기억력과 집중력이 뚝 떨어지는 수면지연증후군에 시달리게 된다. 늦게까지 먹은 술과 음식 또한 숙면을 방해해 수면지연증후군을 더 악화시킨다.

또한 더운 날씨 때문에 짜증과 스트레스가 느는 여름 우울감이 찾아올 수 있다. 더위와 습도 때문에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열대야가 숙면을 방해하는 날들이 지속되면서 우울한 기분이 찾아올 수 있다. 여름철 우울감은 더운 날씨 때문에 뇌가 지쳐서, 즉 더위를 먹으면서 생기는 것으로, 심각한 우울증은 아니고 더위 스트레스로 예민해지는 우울증 초기 증세로 볼 수 있다. 또 휴가나 방학으로 남편이나 아이들이 하루 종일 집에서 놀면서 늘어나는 뒤치다꺼리에 자신의 일이나 수면, 그리고 식습관의 일상적인 리듬이 깨지면서 주부도 여름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증세는 주로 식욕 감퇴, 수면 부족, 체중 감소, 불안 증세 등으로 나타난다.

열대야 건강 비결은 우선 잠을 푹 자서 이튿날 컨디션을 최고조로 유지함으로써 귀찮고 짜증나는 우울감을 이기는 것이며,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살펴본다.

우선 수면시간을 평소대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체시계가 깨어지면 온몸의 리듬이 혼란해져 다음날 더 피곤해진다. 덥다고 바람이 시원한 한강 둔치나 공원에 가더라도 평소 취침시간 1~2시간 전에 귀가해 따뜻하거나 미지근한 물로 샤워나 목욕을 하고 잠을 청하는 것이 좋다. 덥다고 찬물로 샤워를 하면 오히려 잠을 쫓는 결과를 낳는다. 그 이유는 우리 몸이 체온을 항상 일정한 상태로 유지하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 환경이 더우면 땀을 흘려서 체온을 낮추며, 추우면 피부 근처로 순환하는 혈액량을 줄여 열을 외부에 뺏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찬물 샤워로 체온이 갑자기 내려가면 체내의 자율신경 중 교감신경이 흥분해 혈관을 수축시켜 순환혈액량을 줄여 외부에 열을 뺏기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혈관이 수축되면 혈압이 올라가고 이는 신체가 긴장긴장 모드로 변하면서 잠이 쉽게 들 수 없다. 뜨거운 물도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게 만든다. 외부의 열이 혈액을 통해 몸에 전달되는 것을 줄이려는 자율신경의 반응이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면 신체의 긴장을 풀어주고 혈압을 낮춰줄 수 있다. 차가운 물로 사워를 하는 것은 특히 고혈압 환자에게는 금물이다. 혈압이 갑자기 상승하기 때문이다.

밤잠을 설치거나 늦게 잠자리에 들었더라도 다음날 평소처럼 일어나 활동하고 낮잠을 30분 이상 자지 않는다. 낮잠을 자더라도 오후 3시 이후에 자면 밤에는 불면의 고통으로 지새우는 '낮잠-불면의 악순환’이 일어나므로 피해야 한다.

열대야에 잠을 잘 청하려면 낮에 신체활동을 평소처럼 유지해야 한다. 이른 저녁 시간에 가벼운 운동을 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운동을 하게 되면 체온이 올라가지만 운동을 마친 뒤 체온이 서서히 내려가면서 잠을 청하기에 좋은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운동은 새벽이나 해가 진 뒤 걷기, 조깅 등 30분 정도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 격렬한 운동이나 자기 직전에 하는 운동은 오히려 수면을 방해할 수가 있기 때문에, 적어도 잠들기 2시간 전에는 운동을 마치는 것이 좋다. 낮이나 오후에 산책을 해서 저녁에 신체가 노곤하게 피곤을 느끼는 상태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낮에 빛에 많이 노출되는 것도 숙면에 많은 도움이 된다.

또 자기 전에 조용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것은 도움이 되나, 술이나 음식을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술을 마시면 취해서 잠을 잘 잔 것처럼 느낄 뿐, 실제로 깊은 잠을 자지 못해 다음날 피곤하다. 술을 마시고 잠들 경우 갈증을 느끼고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게 되면서 숙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저녁시간 술을 마실 경우 숙면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알코올이 위점막을 자극해 만성, 급성위염이나 위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소주나 양주와 같이 독한 술일수록 급성위염의 위험이 더 높다. 술은 숙면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위궤양이나 위염을 일으킬 수 있다. 배가 고프면 우유를 반 컵 정도 마신다. 우유에는 잠을 촉진하는 아미노산이 들어있다.

또 여름철에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커피, 홍차, 콜라, 녹차 등 시원한 카페인 음료를 즐겨 찾게 되지만 저녁 시간 이후에는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신경과민, 흥분 등을 유발해 숙면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위장, 소장, 결장, 내분비계에도 영향을 준다. 공복에 마실 경우 위액을 식도 쪽으로 역류시켜 가슴 통증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식도염이나 위염을 악화시키며 대장운동을 촉진시켜 과민성 대장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증상이 있을 경우 피하는 것이 좋다.

여름철에는 낮시간이 길어지면서 겨울에 비해 저녁 식사 시간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열대야로 인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늦어지면 야식의 기회도 덩달아 많아지는데, 야식은 숙면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위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가급적 삼가야 한다. 인체 내 다른 장기들처럼 위도 밤에는 활동이 둔해지므로 자기 전에 음식을 먹을 경우 위에 음식물이 남아 있게 되고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위산이 계속 분비돼 위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위액이 식도로 역류해 역류성식도염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사람이 잠자리에 들기에 가장 적절한 온도는 섭씨 18~20도 정도다. 잠 잘때는 안락한 수면을 위해 실내 온도를 낮추는 것이 좋다. 그러나 에어컨을 오랜 시간 틀어놓게 되면 감기,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편안한 잠을 방해할 수 있다. 에어컨은 잠들기 1시간 전에 약하게 틀어 놓는 것이 좋다.

여름 우울감의 좋은 점이라면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6월은 여름 우울감을 대비하기에 적절한 시기다. 여름을 보낼 계획을 미리 세워두면 감정 조절이 수월해진다. 휴가 계획은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따져 정확히 세운다. 휴가를 보내야 한다는 의무감에 무리해서 휴가 인파에 낄 필요는 없다. 가고 싶지 않으면 집에서 방콕하는 것이 진정한 휴가다.

지난해 입었던 수영복을 입겠다는 일념으로 무리해서 다이어트를 하지 말자. 무리한 다이어트는 불안과 불행을 유발한다. 운동은 적당히 하고 음식은 규칙적으로 먹는다. 또한 여름 우울감의 원인 중 하나는 남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휴가 계획, 몸매 등을 남과 비교해서 자신을 괴롭히지 마라. 자신의 몸매를 자책하지 말고 '이 정도면 충분하지 뭐, 어때서!'라는 의연한 마음이 중요하다.

불면증이나 불안 같은 우울증 신호를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 제때 극복하지 많으면 진짜 우울증으로 발전해 오랫동안 가족과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의사를 찾아가 상담을 하고 처방전을 받으면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일이다.

열대야에 잠을 푹자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규칙적인 생활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