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후원이다. 후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처음에는 가족들, 그 다음에는 친구와 동료들, 그리고 점점 범위를 넓혀 내가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로부터 받는 격려다.

마스터스 주자인 나도 달리면서 성취하고 해낸 달리기와 완주뿐만 아니라 시도하고 해내려고 노력한 것에 대해서도 인정과 격려를 받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많은 주자들이 이런 이 중요한 첫 격려를 받지 못한다.

격려는 고사하고 온 몸에 비 오듯 땀을 줄줄 흘리며 흠뻑 젖어 들어오는 주자들을 이상한 사람 보듯이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흔드는 가족들의 모습 때문에 격려는 고사하고 스스로 주자로서의 정체성 마저 흐트러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주자 스스로가 주자임을 전혀 깨닫지 못하게 된다.

어쨌거나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는 새내기 주자들에게는 "그래, 일단 한번 뛰어봐. 어떻게 되는지 한번 보자구!"라는 가족들의 응원과 격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왜냐하면 주자들은 스스로 마스터스 러너임을 마음 속 깊이 깨닫고 느끼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말해주는 가족들은 많지 않다.

운동능력은 평소 연습으로 다져진 실력을 얼마나 빨리 기억하냐는 ‘기억의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후원과 응원이 필요한 운동 초기에는 주의 깊은 충고보다는 믿고 밀어주는 낯익은 환경을 만들어 주면 선수들이 달리기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력을 높일 수 있도록 힘을 주게 된다.

영국 엑세터대 스포츠와 건강과학 대학의 팀 리즈 박사가 2009년 핸디캡 2~4정도의 아마추어 남자 골퍼 197명을 대상으로 선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느끼는 자신감, 불안, 스트레스 정도, 그리고 동료나 가족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지원’ 정도를 묻는 설문 후에 경기 뒤 각 선수의 최종 점수를 응답 결과와 비교했다.

그 결과 경기를 앞두고 심리적 압박을 받는 선수가 가족, 동료로부터 말 또는 몸짓으로 격려를 많이 받은 선수는 라운드 당 평균 1타가 줄어들었고, 반대로 사회적 지원을 적게 받은 선수는 높은 스트레스 정도가 성적에 그대로 반영돼, 라운드 당 3타가 늘어났다. 즉 사회적 지원을 충분히 받을수록 성적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800m와 1500m 달리기에서 금메달 두 개를 따낸 댐 캘리 홈즈,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3관왕인 싸이클 선수 크리스 호이 등이 가족과 동료의 응원으로 좋은 성적을 낸 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축구나 육상 같은 다른 종목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며, 운동 선수들은 항상 자신들을 응원해 주는 팬 또는 가족,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 반대로 가족들의 두려움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자신이 실현하고픈 꿈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서 주자로서의 멋지고 찬란한 꿈을 포기하고 후회스러운 삶에 주저않고 만다.

가족은 좋은 뜻에서 주자가 특별하고 분별 있는 자아를 갖기를 원한다. "멍청하게 쓸데없는 딴 생각은 하지마! 그러다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네가 무슨 달리기 선수가 되겠다고?"가 흔하고 많이 하는 훈계이다. 멋진 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달리기는 놀이이다. 달리는 주로 위에서 나 자신을 놀게 하는 것이 어렵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