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 달리기 관련 모임이 있었다.
그저께 등산을 가서 최근의 비로 인해 젖은 낙엽으로 덮인 바위에서 미끄러져서 얼굴과 팔다리 등 거의 온 몸에 타박상 및 찰과상을 입은 분도 참석을 하고 있었다.

얼굴과 장딴지 주위의 찰과상 부위에는 일회용 밴드를 붙여 두었는데, 진물이 베어 나고 있었다.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냥 대충 집에서 소독하고 있다고 한다. 다리의 찰과상은 벌써 상처 감염이 시작되어 발적과 욱씬거림이 증가되고 있었다.

최근에는 우리 주자들 사이에도 운동을 하다가 다치면 응급 상처치료와 계속적인 부상치료에 관한 많은 글들이 발표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글들이 부상 후 첫 2-3일 내에 해야 할 일들에 관한 것으로, 연부조직 부상에 가장 효과적인 R.I.C.E.R.요법(안정, 냉찜질, 압박, 거상 및 적절한 의학적 처치)에 관한 것이다.

이 R.I.C.E.R. 요법이 가장 먼저 실시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부상 후 어느 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 부상 후 첫 수 분 내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만약 우리가 동호회 훈련대장인데, 산악 훈련을 나갔다가 회원 중 한 사람이 넘어져서 비탈을 2-3m 미끄러졌다고 치자. 그 회원은 바닥에 꿈적도 하지 않고 누워서 아프다고 인상을 찡그리고 있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우선 부상한 회원 가까이 접근하는데 우선 2-3분이 걸릴 것이고, 안정과 냉찜질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부상 상태가 어떤지, 어떻게 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살펴야 할 것이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부상을 악화시키는 조작을 하지 않는 것이다.
서둘러 부종이나 출혈, 부상부위의 변형이나 외모의 변화, 통증의 호소나 움직임의 변화같은 추가적인 다른 부상이 있는지 확인해서, 만약 다른 부상의 가능성이 있다면 더 이상의 이동 등 움직임을 멈추어 부상의 악화를 막아야 한다.

일단 큰 위험이 없어 보인다면 환자의 반응을 알기 위하여 말이 들리면 눈을 뜨고 이름을 말해 보라고 한다. 이 요구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즉시 119 구급대에 연락하여 구조용 헬리곱터를 요청하고 주위에 의사가 있는지 찾도록 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부상자의 호흡이 괜찮은지 손발의 맥박을 확인하여 혈액순환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것을 S.T.O.P.(stop, talk, observe, prevent further damage) 요법이라 하여, 운동을 멈추고 말을 시키며 관찰하여 추가부상을 예방하는 것이다.

추가 부상을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우선 외상이 미세하거나 신체적 활동이 방해받지 않는 혹이나 타박상만 있다면 부상자를 격려하여 등산을 계속하면서 부상의 정도를 평가하고 가능하면 RICER요법을 실시한다.

만약 염좌나 근육의 과긴장, 심한 타박상으로 등산을 계속하기가 무리라고 판단되면, 등산을 멈추고 당장 RICER 요법을 실시한다.

끝으로 머리나 목, 얼굴이나 척추 부위의 심한 외상이나 쇼크, 과도한 출혈, 골절이나 파열같은 심각한 부상이 있다면 단순한 연부조직의 처치로는 치료가 되지 않으며 즉시 구조용 헬리곱터를 요청하고 전문적인 현장처치를 받도록 조치해야 한다.

막연하게 안정과 냉찜질, 압박과 거상같은 생각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부상 후 초기 수 분 내의 부상자의 상태 평가와 그에 따른 적절한 처리 전략의 수립이 부상의 악화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부상으로부터의 회복도 빠르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되시길 빕니다.
지구사랑 달리기 클럽/달리는 의사들 이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