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회 중에 공인아이언맨 대회는 2007년 제주대회가 끝이었단다. WTC는 그 동안의 구례 70.3마일(하프) 대회의 성과를 인정해서 구례시와 2년간 개최 계약을 맺었고 올 해가 10년 만에 열리는 국제 아이언맨 대회인 셈이다.

3월 이전에 등록한 얼리버드 참가권도 55만원정도였고, 한 달 만에 매진되는 바람에 여유를 부리던 일본 선수들은 참가기회를 거의 갖지 못했다는 후문...

참가비는 후반으로 갈수록 비싸서 80만원에 육박~
이런 참가비가 외국 대회에 비하면 싼 편이라 하니, 삼종은 역시 럭셔리 스포츠다.

* 개인적 준비과정

1. 6개월 간의 금주
음주를 시작하고 가장 긴 금주기간이었다.
금연보다 금주가 훨씬 힘들다.
대회만을 위해서만은 아니었고, 간도 좋지 않은 것 같아 리셋시키는 과정이었다.

2. 자전거의 훈련량 증대와 근전환
삼종은 세 종목이지만, 단순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화학적 결합이다.
세 종목 각각이 강해도 동시에 진행하면 경험 많은 하수에게 지는 일이 흔하다는 게 증거다.

그래서 아침엔 출근라이딩+근전환 2km, 저녁엔 퇴근라이딩+근전환8km + 수영1.5km를 주 2회는 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주말에는 20키로 이상의 장거리 달리기 혹은 장거리 라이딩 등으로 훈련을 채우려고 노력했다.

특히, 자전거 국토종주 덕분에 장거리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극복할 수 있었기에 아이언맨 코스가 겁이 별로 나지 않았다.

* 대회 후기

작년 목포 아이언맨 대회에서의 처절했던 고생이 보약이 되었다.
무엇을 준비해야할지, 페이스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감이 잡혔다.

도중에 몸이 좋게 느껴져도 끝까지 절제해야 한다는 게 진리다~!!

1. 수영 3.8km(실제: 4.01km)-1시간 25분22초

가장 자신 없는 경기다. 자전거와 달리기는 중상위 그룹을 쫓아갈만 한데, 수영은 중간도 갈까말까...
그래서 올해는 수영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그래봐야 혼자서 하는 자유수영이 얼마나 늘었겠는가?
직무연수 수영 강사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마음에 잘 새겼으니,
편안하게 워밍업 삼아 살아만 나오자~!

2/3쯤 후미 그룹에서 출발했다.
나를 추월하는 사람 반, 내가 추월할 사람 반... 위안이 된다.
저수지라서 물도 마실만하다*^^*
많은 힘을 빼지 않고 나왔는데도 작년보다 11분이나 당겨졌다.
연습량에 비하면 무쟈게 잘한거다~~


바꿈터는 6분여 시간~

2. 자전거 180.2km: 6시간 00분 23초


초반 8km의 오르막~
여기서 힘을 쓰면 나머지를 말아 먹는다는 코스 브리핑~
힘이 있어도 느리게 23km/h의 속도로 무난하게 올랐다.
내려오는 길은 평속 39로 쌩~~~~

120km까지 평속 33km/h 이상을 유지했다.
이 정도로만 골인하면 5시간 300분 이내도 가능하다.
허기가 느껴지길래 스페셜 푸드존에 들렀더니, 헐~~~
맡긴 사람들 것만 있고, 제너럴 푸드가 하나도 없다...

그제서야 코스 브리핑이 생각난다~ 으이구!

스트레칭만 하다가 나왔다.
이후로 느끼한 파워젤에 비위는 상하고, 허기는 지고,
급수도 부족해서 쥐가 나기 시작한다.
많이 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속도를 줄여서 버텨보자~!

하지만, 이미 시작된 허벅지 경련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뿔뚝뿔뚝...
네 번이나 내려서 스트레칭으로 풀고 꾸역꾸역 거리를 채웠다... 멘붕!

이런 우여곡절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게 아이언맨코스다.
당연하다 받아들이고 근육을 달래면서 끌고 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전반에 시간을 많이 벌어 놓아서 6시간에 골인했으니 선방했다~!

3. 달리기 42.195km: 4시간 2분03초


급식을 못해서 바꿈터에서 쥐도 풀고 음식도 먹을 겸 퍼질러 앉았다.
그런데, 도저히 초코파이가 들어가질 않는다.
목에서도 위에서도 거부반응...

먹는 것을 포기하고 아픈 허리와 쥐가 난 허벅지를 달래다가 나오니 14분이 날아갔다.

이제부터 풀코스의 시작이다.
지치지 않으면서 쥐가 나지 않을 속도로 서행~~
만신창이가 되어도 달릴만한 속도, 5분 30초 페이스로 잡았다.
허리가 펴지니 점점 편안해진다*^^*

문제는 소화되지 않은 파워젤과 초고파이...

결국 5km 쯤 가서 손가락을 목에 넣어 조금 토해내고 Keep Going~~~
오히려 속이 편해진다.

보급소에서 수박에 두어 개 집어 먹었는데 목에 걸려있어 또 토하고...
이런 것쯤 작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작년엔 피까지 토했으니 말이다~!

선두 그룹은 세 바퀴 도는 런에서 벌써 나랑 한 바퀴 차이가 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최대한 대미지가 적은 자세와 속도에만 집중...
느린 속도인데도 자전거에서 나를 추월했던 많은 주자들이 잡힌다.

그들도 많이 지쳐있는게다~

후반에는 급식대마다 들러서 콜라와 포카리, 물 등으로 로딩~
몸이 받아주었으니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으면 완전 그로키가 되었을 것이다.
급수, 급식 때마다 걸으면서 먹다보니 시간이 늦어져서 4시간을 쌀짝 넘겼다~

멋지게 골인 세리모니를 하면서 긴 여정을 끝냈다.
내 시간으로는 11시간 39분~
홈페이지 기록은 11시간 48분으로 나온다.

왜 이런 오차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9분의 오차가 226키로 넘게 달린 이에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나 싶기도하다.

* 이번 대회의 포인트

1. 철인3종 강북클럽 가입

역시 삼종은 혼자하기 힘든 경기다.
그래서 그 동안 눈치만 보다가 정식으로 가입을 했다.
반 정도는 아는 분들이라서 어색할 게 없는 명문클럽~
클럽의 도움으로 아주 편안하게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
긴 레이스에서 격려해주는 동료가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혜택이다*^^*

2. 내기에서의 승리~


성훈형님과 규현형님, 나 셋이서 맞다이?로 내기를 했었다.
1등은 2만원, 2등은 5만원, 3등은 10만원을 내서 대회 후 뒤풀이 하자는~
내가 1등 성훈형님 2등, 규현형님 3등~

날 잡아야죠~ 형님들!

3. 나를 응원해 준 많은 주변 분들~

역시 아내의 이해가 가장 큰 힘이다.
가정에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 취미생활인데, 아내는 그래도 이해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땡큐 마눌님~!

바이크 MCS 사장님과 상무님, 그리고 루디 분담점장님 등 든든한 후원~
기술지원과 코칭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노하우를 전수 받고 있다.

삼종의 동료들~
성훈형님과 규현형님은 늘 경쟁을 하지만, 서로 자극을 주는 동반자들이다.
이제는 강북 클럽 동료들도 생겼으니, 앞으로 많이 발전을 이루리라 믿는다.

참가하신 모든 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몸 잘 만들어서 내년에도 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