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의 꽃소식 따라 지리산 둘레길을 찾았다. 7시에 시청을 출발하여 산청의 궁항마을로 향하는 길이 멀기도 하다. 인삼랜드 휴게소에 잠시 쉬고 둘머리에 도착을 하니 11시 45분이나 되었다. 근 5시간의 거리다.

궁항마을인 하동군에서 출발하여 산청으로 넘어 가는 길로 지네재를 오르는 길에 오율마을을 지난다. 봄은 농부님의 일년 농사가 시작되는 철이다. 논 갈고 밭을 가는 일로 농삿일은 시작이 된다.

갑자기 높아진 기온에 오르막 산길을 만나니 등허리가 축축히 땀으로 젖는다. 반팔을 입어도 더운 날이다. 산은 돋아 나는 새싹으로 초록이 색깔이 파스텔 톤으로 농도의 진하기가 각기 다르다. 이런 봄산이 좋다.

그새 벚꽃은 꽃비가 되어 내리고 산벚꽃이 활짝 피어 길손을 맞아 준다. 지네재를 넘으니 위태마을이다. 예전에는 상촌으로 불리던 마을로 오래전 덕산장을 오가는 장꾼들이 넘나들었고 일제시대에는 목탄을 싣은 수레가 넘던 길이었다.

오늘의 가장 높은 고개는 중티재로 하동군과 산청군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다. 오름길에는 왕대가 쭉쭉 뻗은 대숲길로 곧은 절개를 느끼게 한다. 물한잔 마시고 내림길을 빠른걸음으로 내려 서면 유점마을로 가는 길이다. 마을입구에 무침게와 막걸리 집이 있다. 길손들이 목을 축이고 가는 길이다.

나무정자 쉼터에서 각기 준비해 온 도식락을 꺼내 놓으니 푸짐한 한상이 된다. 이럴때는 초등학교 때 봄소풍 가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만 해도 귀한 사이다를 사서 먹을 수 있는 날이 그날이었다.

유점마을은 중태재 아래 마을로 산꼭대기 바로 아래 자리한 마을이다. 예전에는 놋그릇을 만들던 마을이라 놋점골이라 불르기도 했지만 그 명맥이 끊어진지 오래고 대봉감나무가 주 수입원이다. 막 움이 트는 다봉감나무가 자랑스러운 마을이다.

마을길을 이용하다 보니 시골길도 대부분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포장을 하여 산길을 걷는 맛이 떨어진 게 아쉬움이다. 빨리 온 봄소식에 두릅이 딱 먹기 좋게 피었고 엄나무 순도 조금 늦게 피려고 한다. 지리산 자락에는 봄나물이 많이 자라고 있다.

중태마을 전에 지리산 둘레길 중태안내소가 있다. 산림청 소관으로 숲길에서 직원이 안내를 담당하고 있다. 이곳이 지리산 둘레길 9코스 안내소이기도 하다. 이제 오늘길도 그리 남지 않았다. 던척강이 흘러 내리고 덕천강을 건너 남명 조식선생 기념관을 찾았다. 후학을 가르치며 사신 선비로 지금도 남명매화가 뜰에 곱게도 폈다.

올라 갈 길이 멀어 미리 돼지국밥을 먹고 5시 10분에 덕산으로 출발해 상경길에 올랐다. 먼길이지만 봄나들이 한번 잘했다.

- 걸은거리 : 12.7km